변기 물 내릴 때 뚜껑 무조건 닫아야 할까?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퍼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변기 뚜껑을 닫는 것이 감염 전파 차단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또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논문 서치를 통해 알아봅니다.


변기-뚜껑-닫아야-하나


변기물 내릴 때 생기는 보이지 않는 에어로졸

평소에 변기의 물을 내릴 때 연무된 미세한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퍼져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변기를 내릴 때 물이 세차게 소용돌이치고 기포가 터지면서, 변기 내용물에 있던 세균과 바이러스가 포함된 작은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에어로졸(aerosol) 형태로 튀어 오르게 됩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이런 미생물 에어로졸은 단 몇 초 만에 성인의 허리 높이뿐만 아니라 약 1.5미터 이상의 높이까지 솟구쳐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우리가 변기의 물을 내릴 때 생기는 보이지 않는 물방울이 얼굴 높이까지 올라와 호흡기로 침투할 수도 있다는 의미죠.


물방울의 크기에 따른 차이

이 물방울들은 크기에 따라 다른 전파성을 보입니다.
비교적 큰 물방울은 무거워서 금방 변기 주변 표면에 가라앉아 떨어지며, 이는 변기 좌석, 뚜껑, 욕실 바닥, 심지어 주변에 놓여 있던 휴지나 칫솔 등에까지 세균을 옮겨 표면 오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에 더 작은 미세 물방울은 가벼워서 공기 중에 장시간 부유할 수 있는데, 환기가 불충분한 실내에서는 몇 분 이상 떠다니다가 사람의 숨을 통해 폐 깊숙이까지 들어갈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한 실험에서는 변기물을 내린 후 20초 후에도 실내 공기 중에 높은 농도로 남아 있었고, 아주 미세한 입자들은 1분 이상 공중에 부유했다고 합니다.


변기의 종류에 따른 차이

모든 변기가 똑같은 양의 에어로졸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수압이 강한 상업용 변기(플러시 밸브)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 물탱크식 변기보다 훨씬 더 많은 물방울을 만들어냅니다.
한 연구에서는 고에너지 플러시밸브 변기가 저에너지 중력식 변기에 비해 최대 12배 이상의 미세물방울을 분사한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공공화장실에서 이런 플러시밸브를 많이 사용하며, 따라서 공공장소 화장실은 수압이 강해 에어로졸 발생이 더 심하고, 여러 사람이 사용하므로 다양한 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에 있는 변기는 그보단 상대적으로 물살이 약하고 뚜껑도 있어서 덜하긴 하지만, 공간이 좁고 환기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한번 발생한 에어로졸이 머물기 쉽습니다.


변기 뚜껑 닫으면 균 전파가 방지될까?

변기의 물을 내리기 전에 뚜껑을 닫는 습관은 어느새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위생 수칙이 되었습니다.
과연 뚜껑을 닫으면 변기에서 나오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요?
최신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바이러스처럼 작은 입자에 대해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세균 같은 비교적 큰 입자에 대해서는 뚜껑 닫기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지만 뚜껑을 닫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균: 

세균으로 실험한 대표적인 사례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 장염 병원균) 포자를 변기에 넣고 실험한 연구가 있습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변기 뚜껑이 열려 있을 때닫혀 있을 때의 주변 오염도를 비교했는데요.
뚜껑을 연 채 변기물을 내리면 
세균 포자가 최대 25cm 높이의 공기까지 퍼져 나갔고, 주변 바닥과 변기 좌석 위에 균이 광범위하게 떨어져 검출되었습니다.
심지어 물을 내린 후 90분이 지나서도 공기 중에서 이 포자가 검출될 만큼 오래 떠다녔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린 경우 공기 중에서는 아예 포자가 검출되지 않았고, 주변에 떨어진 세균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뚜껑은 육안으로 보이는 튀는 물방울이나 비교적 큰 입자의 세균이 퍼지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해주기 때문에 화장실 주변의 위생을 지키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세균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이처럼 작은 병원체의 경우 뚜껑 닫기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있습니다.
2024년 미국 감염관리 저널(AJIC)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람에게 무해한 MS2 바이러스(세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변기 플러시 실험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린 경우에도 바이러스의 주변 오염 정도가 뚜껑을 열었을 때와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뚜껑을 닫으면 변기 내부에 압력이 형성되어 공기가 새어 나갈 틈을 찾게 되는데, 그 결과 변기 시트와 뚜껑 사이의 틈으로 강한 공기 분사(제트 흐름)가 발생합니다.
이 틈새로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이 옆으로 탈출하여 주변 바닥과 벽 쪽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죠.
뚜껑을 닫았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어로졸 구름이 위쪽으로 솟구치는 대신 변기 아래 틈으로 분출되어 변기 앞쪽과 옆쪽 바닥을 더 많이 오염시켰습니다.
반면 뚜껑을 열었을 때는 에어로졸이 위로 퍼지면서 오염 범위가 더 넓지만 바닥면에는 비교적 분산되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뚜껑이 에어로졸의 전체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분사 방향만 바꾸는 한계가 드러난 것입니다.


변기 뚜껑 자체가 오염된다.

변기 뚜껑을 닫는 것뿐 아니라 또한 신경써야 할 것은 변기 자체의 오염입니다.
변기를 이용하기 위해 뚜껑을 열거나 시트를 만지는 순간 이전에 퍼진 에어로졸에 의한 오염물이 묻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노로바이러스처럼 소량으로도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대변 1g당 수억 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나올 수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환자의 대변에서 검출되는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런 미세 바이러스 입자들은 뚜껑 틈새를 비집고 나와 공기와 바닥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뚜껑만 닫으면 안심이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집안의 변기는 주기적인 청소와 소독이 이루어져야 하며, 공공 시설의 변기를 사용할 때는 최소한의 터치로 사용한 다음 깨끗히 손을 씻어야겠습니다.


환기와 표면 위생 유지의 중요성

뚜껑을 닫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두 가지 문제, 바로 공기 중 잔류 문제와 표면 오염 문제인데요.
아무리 뚜껑을 닫아도 새어 나온 미세 입자들은 결국 실내 공기와 주변 표면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1) 환기의 중요성(공기 전파 차단)
변기를 내릴 때 발생한 미세 에어로졸 입자들은 공기 중에 떠다니며 화장실 전체로 퍼질 수 있습니다.
환기가 잘 된다면 모르겠지만, 환기가 부족하다면 에어로졸이 실내에 오랫동안 머물며 축적될 수 있습니다.
특히 창문이 없거나 환풍기가 약한 경우, 이전 사용 시 남긴 미세 에어로졸을 다음 사용자가 들이마시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 실험에서도 10분 이상 환기를 해야만 공기 중 입자 농도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변기 물을 내린 후에는 가능하면 환풍기를 15~20분 정도 가동하거나 창문을 열어 두어야 공기 중 남아 있는 병원체 입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의 경우, 배관의 구조와 상태에 따라 아래층 화장실에서 생긴 에어로졸이 타고 올라가 위층 세대로 퍼지는 현상이 드물지만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2) 표면 오염과 2차 접촉
에어로졸 입자들은 결국 주변의 물체 표면에 내려앉아 환경 오염을 일으킵니다.
특히 칫솔이나 수건처럼 개인위생 용품이 변기 근처에 놓여 있는 경우, 직접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칫솔은 되도록 뚜껑이 있는 용기나 서랍 안에 보관하고, 수건도 변기에서 떨어진 곳에 걸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뚜껑을 닫으면 큰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것은 막아주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변기 앞쪽 바닥 등은 오히려 더 집중적으로 오염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닥이나 변기 주변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소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씻기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변기 뚜껑이나 레버를 만진 손을 제대로 씻지 않으면, 그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3) 감염 환자의 관리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에 걸린 환자의 경우 다른 사용자와 화장실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에어로졸에 의해 균체가 전파되더라도 병원성 균이 없거나 적다면 건강상 유해를 일으킬 확률이 낮지만, 병원균에 감염된 환자는 그렇지 않으므로 다른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사용 후 소독을 자주 하길 권장합니다.
환자들이 다수 사용하는 병원 등의 의료시설의 공공 화장실은 가능하면 이용하지 않거나, 어쩔 수 없는 경우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사용 후 반드시 손을 씻고 신속하게 떠나야 합니다.


요약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안전한 화장실 사용을 위한 핵심 수칙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항상 뚜껑을 닫고 물 내리기: 뚜껑만 닫으면 적어도 세균의 전파는 효과적으로 막아줍니다.

  • 적극적인 환기: 물 내린 후 적어도 10~20분 정도 공기를 순환시키세요.

  • 주기적인 청소 및 소독: 주변에 전파된 균을 자주 제거하세요.

  • 개인 물품 관리: 개인 위생 물품은 변기에 너무 가까이 두지 말고 밀폐된 곳에 보관하세요.

  • 공공 화장실 사용 시 특히 주의: 마스크 착용, 손 세정, 사용 후 신속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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