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는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용어가 되었지만, 살아있는 생명체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일반 건강기능식품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그러한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해해야 할 인간과 미생물 간의 공생과 상호작용에 대해 설명합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정체는 바로 살아있는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성질이 각기 다릅니다.
그중 우리 몸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밝혀진 미생물들을 유익균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들은 유해균이나 병원균으로 분류되며, 인체는 이러한 유익균과 유해균 사이의 균형을 통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인간과 미생물은 공생 관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미생물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특히 인간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동물은 미생물과 서로 영향을 미치는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복잡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서로 간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생물들은 인체의 어느 부위에 서식하고 있을까요?
답은 바로 '전신'입니다.
보통은 장내 미생물총(장내 균총)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인체 전체에 걸쳐 각 부위에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분과 영양소가 풍부하여 미생물의 번식에 최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장에 가장 많은 수의 공생 미생물이 거주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만 개인마다 보유하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량은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각 개인의 신체적 특성과 생활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 역시 개인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수많은 미생물이 서식하는 장내에서는 소화 작용, 영양소 흡수, 노폐물 배출, 면역 체계 학습 등 미생물이 담당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개인별로 현저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인간은 수많은 미생물을 먹고 배출하고 제거한다
개인이 보유한 공생 미생물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유전적 요인, 성장기의 미생물 노출 경험, 생활 패턴, 항생제 사용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장내 미생물총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식사입니다.
일상적인 식품 섭취에 따라 미생물이 활용할 수 있는 영양원이 변화하고, 이로 인해 미생물 구성에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우리는 매일 미생물을 직접 섭취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생명체는 미생물과 공생 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미생물 생태계를 통칭하여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식품들은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생명체들이므로, 이들 역시 미생물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음식을 통해 우리는 그 안에 포함된 미생물들까지 함께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매일 미생물과 접촉하며 이들을 체내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섭취된 모든 미생물이 체내에 정착하여 공생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미생물은 체내에 자리잡아 일정 기간 동안 숙주와 상호작용하며 생존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위산과 소화효소에 의해 사멸하게 됩니다.
이러한 죽은 균들도 살아있는 균 못지 않게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지만, 장에 정착해서 증식하는 건 불가능할 것입니다.
섭취된 미생물이 장에 도달했을 때 생존 상태라 하더라도 상당수는 배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됩니다.
실제로 대변의 건조 중량 중 약 절반은 미생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인간과 장내 미생물이 소화할 수 없는 식이섬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변은 생물학적으로 단순한 노폐물 배출이 아닌 소화 과정의 최종 단계로 간주됩니다.
장 이외의 부위에 서식하는 미생물들은 어떨까요?
우리는 이러한 미생물들을 매일 제거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평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몸을 씻는 행위'는 인체와 그곳에 공생하는 미생물들이 생성하는 다양한 대사산물들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피, 피부, 구강 등 각 부위의 미생물들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상당량 제거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인간과 미생물 간의 공생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미생물을 받아들이고 제거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고, 이렇듯 미생물은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잊고 지내지만, 우리의 모든 생리적 활동이 미생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학습해온 다양한 행동들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생물적(?)인 사고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유익균 먹이), 포스트바이오틱스(유익균 대사물) 등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Laura Tipton et al. (2019) A developing symbiosis: enabling cross-talk between ecologists and microbiome scientists. Frontiers in Microbiology; 10.[2] Luke Ursell et al. (2012) Defining the Human Microbiome. Nutrition Reviews.
[3] Jack Gilbert et al. (2018) Current understanding of the human microbiome. Nature Medicine; 24.
[4] Jason Lloyd-Price et al. (2016) The healthy human microbiome. Genome Medicine;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