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에 섭취시키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많아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균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시켜도 되는지를 논문 리뷰를 통해 확인해 봅니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어떤 균주가 아기들에게 적절한지 찾아봅니다.
주변을 보면 영유아 때부터 유산균을 섭취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을 고를 때 그냥 ‘광고에서 좋다고 해서’ 또는 ‘남들이 먹이니까’ 선택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아기들에게 필요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어떤 것으로 보고 있는지 논문 리뷰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Q: 아기 프로바이오틱스 먹여도 괜찮나요? A: 몰라요
미생물 사용의 근거 부족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산균, 특히 어린 아이들이 섭취하는 컨셉으로 출시된 제품들은 대부분 사용된 균의 근거가 빈약합니다.
임상 결과가 없는 제품을 투입하고서 베베나 키즈와 같은 이름을 달아 판매하는 제품도 많습니다.
윤리적 문제로 인해 영유아에게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두고 임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설사 임상 결과를 보유한 균주라 하더라도 그 시험을 수행할 때와는 다른 조건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일쑤이므로 균주 간/균주-첨가물 간 간섭으로 인해 임상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균으로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영유아에 대한 장 건강 향상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제품을 제조할 때 B라는 다른 균과 함께 섭취될 경우 어떤 간섭 효과가 나타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영유아에게 살아있는 미생물을 섭취시키는 행위는 엄격한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명확한 임상적/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제품을 결정해야만 균총을 형성해 가는 우리 아기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줄이고 유익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첨가물의 간섭 효과
앞서 설명한 간섭 효과는 비단 균주 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식품(건강기능식품 포함) 등급의 제품을 제조할 때 여러 가지 기능을 위해 넣게 되는 첨가물 역시 간섭을 일으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이 의약품 수준의 효과를 일으키는 수준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가진 원료라 하더라도 그 시험에서 사용한 원자재 조합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료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당을 혼합하여 제조할 경우 그 당을 이용할 수 있는 장내 미생물의 증식을 일으킬 수 있고, 이는 섭취하고자 하는 주성분인 균주의 효능 발휘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히려 좋아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효과를 예측할 수 없고 기대한 것과 달라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저는 가능하면 첨가물은 최소화 하여 제조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금 섭취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있다면 제품 전 성분 표시를 한 번 봐보세요.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첨가물투성이인 제품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럼 무슨 프로바이오틱스 균이 아기한테 좋을까?
신생아의 장내 균총을 형성하는 요인
신생아의 장내 균총 구성은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1) 출산 방식(Mode of delivery):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태아는 무균의 양수 속에 있다가 출생과 함께 처음 미생물에 노출됩니다.
자연분만의 경우 엄마의 질내에 분포한 Lactobacillus, Bifidobacterium, Prevotella 등의 균에 노출되며 태어납니다.
그리고 여성의 질 내 균총은 자연분만 아기의 질환 노출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들이 점차 입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왕절개의 경우 아기는 엄마 질내의 유익균이 아닌 피부에 서식하는 세균인 Staphylococcus, Corynebacterium 등에 먼저 노출됩니다.
그래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몸 전체에서 자연분만 아기와 다른 균총 분포를 나타냅니다.
그와 함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와 비교했을 때 체내에 존재하는 균총이 다르며 각종 면역, 대사, 알레르기 질환에 취약하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균총 차이와 질환 노출 간의 상관 관계가 실제로 인과 관계였을 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균총의 차이가 질환 발생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생각할 때 인과 관계일 확률을 무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아기가 세상을 보면서 노출되는 첫 미생물이 무엇인지가 아이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여기게 되었기에 신생아의 건강에서 출산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어 있습니다.
2) 모유 수유
모유에는 갈락토올리고당(Galacto-oligosaccharides)와 같은 프리바이오틱스가 존재합니다.
이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은 인체나 다른 일반 미생물들에 의해 이용되지 못하여 장에 쉽게 도달하지만 Bifidobacterium과 같은 유익균의 먹이가 됩니다.
최근 분유 회사들에서는 모유의 기능을 대체하기 위하여 이런 성분들이 함유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유 수유 여부와 어떤 분유를 섭취하는 지가 아기의 초기 균총 형성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모유 내에 균이 존재하여 균총 형성에 영향을 직접 주기도 합니다.
3) 항생제
신생아 패혈증(Neonatal sepsis) 등의 질환을 앓고 태어나는 아기들의 경우 항생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신생아의 초기 균 정착을 방해하며, 경우에 따라 항생제 내성을 가진 병원균이 우점하게 되는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건강한 균총 구성에 실패한 아이는 면역력 발달 저해나 미생물 독소 등의 영향을 받아 질환에 취약해지기 쉽습니다.
건강한 아기는 이 균을 갖고 있다: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신생아의 장내 균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학적 소견상 자연분만이 어렵거나, 엄마의 신체적 상태가 모유 수유가 어렵거나, 부득이하게 항생제 치료를 해야할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기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원래 건강하기 위해 갖고 있었어야 할 필수 미생물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것을 섭취시킴으로서 균총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유아의 균총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균이 바로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모유의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의 주요 타깃이 되는 균이기도 하지요.
장내 비피도박테리움과 질병 간의 상관 관계는 여러 연구에서 규명되었으나,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아직 근거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출생 후 초기에 비피도박테리움의 우점은 유익하고 그 수준이 감소하면 건강이 나쁘거나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이 부분의 내용을 주로 참고한 리뷰 논문의 저자인 Silvia Saturio 등은 아래와 같은 문장을 기술했습니다.
“Several early life situations may impact early microbiota, and consequently bifidobacteria establishment, influencing later health”
번역: “생후 초기의 여러 상황은 초기 미생물 균총에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이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피도박테리아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피도박테리움을 필두로 한 생후 균총의 형성은 면역 학습이나 대사 질환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뇌와 관련한 정신과 질환과도 연관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기초 결과들이 점차 보고되고 있습니다
동물 모델에서는 이미 자폐 스펙트럼이나 우울증과 관련한 지표들에 대한 비피도박테리움의 유익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비피도박테리움은 모유 수유라는 자연적인 섭리와 관련된 메커니즘의 타깃이며 영유아에 대한 유익성이 확실히 보고된 바 있는 거의 유일한 균으로 생각됩니다.
영유아 프로바이오틱스 선정 기준
앞에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아기에게 섭취시키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비피도박테리움을 포함할 것
2) 가능하면 메인 균주 외의 균은 포함하지 않을 것(간섭 현상 제거)
3) 가능하면 학술적 근거가 존재하는 균주일 것
4) 식품 첨가물이 최소화된 제품일 것(간섭 현상 제거)
대부분의 영유아 유산균 제품은 불합격
시중의 제품을 직접 뒤져보면서 알게 된 점은, 위 기준 중에서 1번과 2번만이라도 만족하는 제품(즉, 균주가 비피도박테리움으로만 구성된 제품)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는 겁니다.
이는 기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아요.
현업자들은 다들 알고 있는 정보인데, 프로바이오틱스의 양대 산맥인 락토바실러스와 비교했을 때 비피도박테리움은 상대적으로 보관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산소와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품이 락토바실러스 등의 다른 균을 함께 배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후에 영유아용 프로바이오틱스(드롭스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포스팅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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